두산 면벽 대기발령,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얼마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사진.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을 대기발령시키면서 책상을 사물함 앞에 따로 놓게 했던 것인데요, 당시 여론은 상당히 뜨거웠으며 비난하는 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직원이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낸 결과 '회사의 조치가 부당하지 않았다'라는 결론이 나와 황당합니다. 왜 이런 결정이 나왔을까?



그렇다면 면벽 대기발령은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일까?

사람이 미래라고 하더니 이런식으로 뒤통수치는 두산은 갈길이 멀어보입니다.



일단 대기발령이라는 것은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을 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없이 할 수 없는 것으로 해고와 휴직, 정직, 전직, 감봉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대기발령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사측에서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인사권 중에 하나죠. 



그런에 이번 두산 면벽 대기발령은 단순히 면벽 수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도 읽지도 못하며 컴퓨터 사용도 금지하고 아무것도 못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두산 계열사에서 대기발령자에게 준수사항 가이드라고 했던 문서가 있는데요, 휴식시간이 아니면 10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안되며 흡연이나 개인 전화 금지, 졸아도 안 되고 개인 서적을 읽거나 어학 공부를 하는 것 모두 금지입니다. 대기발령은 사칙이나 회사 내규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이러한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게임이나 인터넷은 하지 않더라도 업무와 관련된 책을 보는 것은 어떨까? 업무 지시 사항이 아니라서 업무와 관련된 책을 봐도 안된다는 것. 그냥 아무것도 하지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무한정 대기발령을 할 수 있을까?



대법원에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장기간의 대기발령은 무효라고 판결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입장에서도 월급을 계속 줘야하기 때문에 무한정 하기는 부담이 되죠. 그러나 두산 면벽 대기발령은 회사에서 미리 내규를 바꿔 대기발령 기간 동안에는 월급의 70%만 지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무엇이 문제일까?


나중에 퇴사를 할 경우 퇴직금은 보통 그만두기 직전 3개월 치 임금을 기준으로 정해지니 대기발령자의 경우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퇴직금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죠. 한마디로 치졸한 짓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당하기만 해야 하나?

현실에서 대기발령을 받은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다고해서 노동자 손을 들어준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하죠. 대기발령이 사실상 회사의 징계 차원이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사실 개인이 두산과 같이 큰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결국 면벽수행을 오래하게 되면 버티지 못하고 나오는 것.

기존에 없던 대기발령시 임금 70% 지급이 신설되 직원들은 동요하고 있는데 상당수 많은 기업에서 대기발령을 해고의 한 절차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두산인프라코어에서도 희망퇴직 권고를 거부한 직원에게 대기발령을 내린 후 수 개월 동안 업무를 주지 않은 사례가 있죠. 회사에서 대기발령자에게 아무 일도 주지 않으면서 이를 휴업으로 판단하고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정말 어불성설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아무런 일도 지시하지 않고 벽만 쳐다보면서 가만히 앉아 있도록 자리를 배치한 것은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 대한 보복이라고 볼 수 밖에 없네요. 두산모트롤 관계자는 회사 규정에 따라 인력을 재배치한 것일 뿐 보복성 조치는 아니라고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이 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