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술 와인. 와인 마니아들이 흔히 하는 말로 와인은 4가지에 취한다고 한다. 첫째는 빛깔에, 둘째는 향기에, 셋째는 맛에, 넷째는 분위기에. 그런데 애주가들이 기피하는 술 1위도 와인이다. 편안하게 나누려고 모인 자리에서 까다로운 와인 에티켓을 지키자니 영 속이 불편한 것이다. 와인을 마실 때는 남다른 격식과 음미하는 방법, 약간의 지식도 지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입안으로 들어가면 다 똑같은 술이 뭐 그리 복잡하나 싶지만 와인은 눈으로 코로 입으로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는 술이다. 알고 마시면 더욱 오묘하고 맛있는 술 와인, 사방이 와인 빛깔로 물든 가을날 와인을 맛있고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1. 즐거운 와인, 우연히 발견하다 


와인의 유래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다 떼어 먹지 못하고 남아 있던 포도알을 항아리에 넣어 음료로 마시던 것이 자연스레 발효과정을 거쳐 술이 되었다는 이야기, 야생 포도가 자연 발효된 것을 원숭이가 따 먹고 취하자 사람들이 이를 술로 만들었다는 이야기, 그리스인들이 디오니소스라는 신에게 풍년을 기원하고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와인을 만들어 바쳤다는 이야기, 성경에서 노아가 대홍수가 끝나고 포도나무를 심어 와인을 만들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은 와인이 '발효주'라는 사실 때문이다. 술은 제조방식에 따라 발효주와 증류주로 나뉘는데, 발효주란 효모에 의해 발효된 상태의 액체 형태로 마시는 술을 말하고, 증류주는 1차 발효된 술을 알코올과 물의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고농도의 알코올을 얻어낸 술을 말한다. 따라서 와인, 맥주, 막걸리, 청주, 약주 등은 발효주이고, 브랜디, 위스키, 보드카, 진, 럼, 데킬라, 소주 등은 증류주에 속한다. 


발효주 중에서도 와인은 순수하게 포도만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기 때문에 도수가 낮고 특히 맛과 향이 뛰어나다. 과일이나 곡류를 원료로 하는 발효주는 원료의 품질이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와인은 포도가 생산되는 나라, 지역, 토양, 기후, 품종, 포도 수확 시기, 양조방법, 보관 기간, 보관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품질이 형성된다. 



<코르크와 율러지의 비밀>


코르크 마개 아래쪽 끝과 와인 사이의 빈 공간을 '율러지(ullage)'라고 한다. 숙성 기간이 5년 미만인 와인인데도 율러지가 크면 와인을 오랫동안 세워서 보관하였거나 보관 기간이 오래돼 와인이 증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코르크 밑 부분이 말라 있다면 병을 세워서 보관했다는 뜻이다. 와인을 세워서 보관하게 되면 코르크가 마른 틈새로 공기가 스며들어 와인을 산화시켜 제 맛을 잃게 만든다. 


2. 건강한 와인,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약 알칼리성을 띤 와인은 인체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와인을 '늙은이의 우유'라고 부르기도 한다. 와인의 알칼리성 성분은 소화흡수를 돕고 항산화작용, 진정작용, 이뇨작용, 혈액순환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레드와인에는 약 200여 종류의 폴리페놀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건강뿐 아니라 다양한 맛을 내는 역할을 한다. 천연 방부제라 부르는 '탄닌'은 주로 적포도 껍질에 많이 들어 있는데, 이 탄닌 성분이 포도주의 산화방지를 돕는다. 또 탄닌의 구성요소인 프로시아니딘은 혈관을 보호하고 확장해주는 효과가 있어 심장질환 및 각종 질병을 예방해준다. 탄닌은 양조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와인에 많이 들어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든다. 포도의 붉은 빛깔을 내는 안토시아닌 성분은 방사선 노출에 의한 면역장애와 혈액생성장애를 치료해주는 효과가 있다. 



포도의 껍질과 씨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폴리페놀의 함량은 레드와인이 화이트와인보다 10배 이상 많으며, 특히 레드와인 품종 중에서도 '따나(Tannat)', '까베르네 쏘비뇽(Cabernet Sauvignon)'에 가장 많다. 폴리페놀과 프로시아니딘 성분은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반면 동맥에 낀 지방층을 없애주는 좋은 콜레스테롤은 증가시켜준다. 뿐만 아니라 레드와인을 채소류와 함께 적당량을 섭취할 경우 뇌혈관 건강과 뇌신경세포의 노화에도 도움을 주어 치매와 뇌졸중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한 와인은 위암, 결장암, 십이지장궤양, 간경변 및 당뇨의 발생 확률을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인의 일일 권장량은 하루 1잔 정도인 100㎖가 적당하다. 



<수제 와인 체험, 셀프와인>

백문이불여일견, 진정으로 와인을 즐기고 싶다면 눈으로 보고 손수 만들어 보는 와인 DIY에 도전해 보자. 수제와인 전문점 '셀프와인'에서는 와인을 만드는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으며, 사진이나 메시지를 넣은 나만의 라벨링으로 특별한 추억도 남길 수 있다. 와인 DIY는 약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되며 숙성 기간을 거친 뒤인 약 한달 후에 찾아갈 수 있다. 결실의 계절 가을,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와인을 만들어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① 다양한 와인을 시음해본 후 원하는 맛의 와인을 고른다.

② 볼에 포도원액을 부어 방향을 바꿔가며 10분간 힘차게 저어준다.

③ 거품이 3센티 이상 올라오면 효모를 넣는다.

④ 공정이 완성된 와인은 18~24℃의 발효실에서 5~7일 발효시킨다.

⑤ 발효된 와인은 래킹과 필터링 과정을 거쳐 유리로 된 전용 용기에 옮겨 약 3~7주간 숙성시킨다.

⑥ 필터링이 끝난 와인은 하루 정도 안정시킨 후 병입한다.

⑦ 병입한 와인은 코르크로 막아준 뒤, 원하는 색상의 쉬링크로 마무리하여 나만의 라벨링으로 완성한다. 


3. 맛있는 와인, 눈•코•입으로 마시다 


와인의 맛을 음미할 때는 빛깔, 향, 맛의 순서로 음미하는 것이 좋다. 빛깔을 음미할 때는 잔을 45도 가량 기울여 와인과 잔의 경계 부분을 살펴보는데, 이는 포도품종, 숙성기간, 와인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레드와인은 숙성 초기에는 짙은 자주색을 띠고 숙성이 진행될수록 루비색에서 붉은 벽돌색, 엷은 적갈색으로 변해간다. 화이트 와인은 숙성 초기에는 투명한 레몬 빛깔에서 숙성이 진행될 수록 연둣빛과 노란 빛깔을 띠고 점차 황금색, 호박색, 갈색으로 짙어지는 것이다. 레드와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투명해지고, 화이트와인은 반대로 짙어진다. 그러나 숙성 기간이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갈색빛을 띤다면 와인이 변질된 것이므로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향기가 좋은 술로는 와인을 따라올 것이 없다. 때문에 와인은 향으로 음미하는 술이기도 하다. 와인을 잔의 반 이하로 따르는 이유도 바로 향을 즐기기 위해서이다. 잔에 와인을 받으면 먼저 코로 향을 한번 맡은 뒤 잔을 빙빙 돌려 다시 향을 맡아본다. 와인의 처음 맡는 향은 '아로마'라 하여 포도품종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과일향이며, 잔을 돌려 맡는 향은 '부케'라 하여 숙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향을 즐기는 것이다. 이때 잔을 돌리는 이유는 와인과 공기가 섞여 탄산가스나 알코올 등의 나쁜 향을 없애고, 와인 고유의 향과 맛을 우러나게 하기 위함이다. 숙성 기간이 오래된 고급 와인일수록 두 번째 향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와인의 맛을 볼 때는 와인 한 모금 정도를 입안에 넣고 굴리면서 맛을 본다. 와인의 첫 한 모금은 본격적으로 맛을 보기 위해 입안을 헹구는 과정이다. 와인의 맛 역시 향기를 맡을 때처럼 두 모금째에서 정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때는 와인을 입안에 머금은 상태에서 혀와 입안 전체를 적신 후 입술을 오므려 공기를 살짝 흡입하면서 맛을 보도록 한다. 와인의 끝 맛과 잔향을 느껴보고 싶을 때는 와인을 씹듯이 마시면 된다. 끝 맛의 여운이 오래 느껴질수록 좋은 와인이다.